[오늘의 설교] 하나님의 사랑

입력 2013-04-19 17:43


요한복음 3장 16∼21절

어떤 이들은 하나님을 생각하면 진노와 심판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근본 성품은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창세 전 영원 가운데서 이미 사랑으로 하나이신 삼위 하나님은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후에 피조물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셨습니다. 하나님은 심지어 세상이 타락한 후에도 끊임없이 사랑의 마음을 지우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하나님을 대적했습니다. 세상은 하나님보다 마귀를 좋아하고, 빛보다 어둠을 사랑하며, 생명 대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은 하나님을 너무나도 싫어하고 극도로 미워하고 멀리 떠났습니다. 성경은 이런 세상을 가리켜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마치 식초가 코를 자극하듯이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온갖 방식을 동원해서 하나님을 대적했습니다. 마음도 언어도 행동도 모두 하나님을 거스르게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세상을 일컬어 ‘악하고 음란한 세대’ 또는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라고 부르겠습니까? 하나님은 이렇게 의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신 방식은 너무나도 특이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과 철저하게 원수가 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독생자를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원수인 세상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생명나무 같은 놀라운 식물이나 흠 없이 완벽한 양 같은 동물을 내주신 것이 아닙니다. 다윗 같이 존귀한 하나님의 사람이나 가브리엘 같이 빛나는 천사를 내주신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유일한 아들을 내주어 원수인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게다가 하나님은 독생자를 보내어 잠시 세상을 구경하게 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독생자는 이집트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의 고난을 살펴보려고 했듯이 단순히 이 세상에 오셔서 인간의 죄악이 얼마나 극심한지 둘러보시고 귀환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는 원수인 세상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습니다.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원수인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서 독생자를 처참한 죽음에 내주었으니, 이것은 얼마나 미련한 일입니까? 원수인 세상을 위해서 독생자를 죽음에 내준 것은 하나님의 미련함이며, 원수인 세상을 위해서 독생자가 달려 죽은 십자가의 도는 어리석음입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미련함과 어리석음을 택했습니다. 이런 미련함과 어리석음이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원수인 세상을 위해서 스스로 미련해지고 스스로 어리석어진 것입니다.

하나님이 독생자를 주기까지 세상을 사랑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하나님은 세상을 위해 아들을 죽음에 내주셨을까요?

첫째 이유는 독생자를 죽음에 내주어야만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의 죄가 크기 때문입니다. 병의 증상 정도에 맞게 약을 처방하는 법입니다. 만일에 세상의 질병이 콧물감기 정도였다면 하나님께서도 그것을 치료할 만큼만 처방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죄악은 너무나 심각한 정도여서 독생자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독생자를 내주실 만큼 하나님의 사랑이 지극히 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위해서 약간의 사랑을 보이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형언할 수 없이 높고 큽니다. 하나님은 아들을 손해 보시는 큰 값을 치르셨고, 우리는 값없이 영생을 얻는 이득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최대보다 더한 것이며, 우리의 믿음은 최소보다 못한 것입니다.

조병수 목사 (합동신학대학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