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전정희] 인터넷뉴스는 왜 그래
입력 2013-04-19 18:44
‘기사 좋네. 간만에 기자가 글을 썼구나. 그래! 그러라고 주는 월급인 거다. 복사해서 붙이는 게 아닌 이런 게 기사다.’ ‘신문에 기사 내는 기자들은 엘리트고 인터넷 기사 쓰는 기자 대부분은 찌꾸래기(찌꺼기)임.’
최근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기사 쓰고 한 포털에서 위와 같은 극과 극의 댓글을 받았습니다. 20여년 넘게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일하다가 요즘 인터넷 뉴스 중심으로 글을 쓰니 종이신문에서 못했던 ‘독자와의 소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인터넷 보수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공방을 보고 쓴 ‘변희재, 발칵해서 낸시랭에 판정패’가 그 예입니다. MBC 김재철 사장이 사표를 내자 변 대표가 사장 응모에 나서겠다고 했고, 낸시랭은 응원한다면서도 ‘노조를 때려잡아야 할 대상이라고 하신 건 공부가 부족해 보여요’라고 특유의 어조로 말했지요. 두 사람 SNS상에서 ‘밉지 않은 구원(舊怨)’ 사이죠. 저는 “‘권력 밖 담론쇼’가 의미 있다. 다만 변 대표가 낸시랭에게 ‘쓸 데 없는 인간’ 등 막말로 인신공격을 한 것은 아쉽다”라는 취지로 한마디 한 거죠.
이러한 글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에도 실립니다. 주요 매체가 이 경로입니다. 즉 종이신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인터넷 뉴스로 ‘뿌려지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종이신문에 활자화도 되는 기사들이 있다는 거지요. 따라서 인터넷 뉴스로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신문에 실렸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사 유통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착각입니다.
한데요, 낸시랭·변희재의 위와 같은 공방을 종이신문에 쓰기엔 뉴스성이 떨어집니다. 인터넷 뉴스로 처리되기에 딱 좋지요. 그러면 네티즌은 왜 제 글을 볼까요? ‘재미’입니다. 사회 이슈를 가지고 ‘극보수적인 남자’와 ‘4차원성 여자’와의 온라인 싸움, 여기에 네티즌의 정치적 입장까지 뒤섞이면서 휘발성을 갖습니다. ‘SBS 힐링캠프, (출연자) 이미지 세탁프로그램으로 전락’이란 글도 비슷했습니다. 수백 개의 댓글이 붙습니다. 즉시성이 뛰어납니다.
인터넷 뉴스에서 이런 글은 얌전한 편인 걸 아실 겁니다. ‘충격’ ‘경악’ ‘알고 보니…’ ‘여신강림’ ‘아찔 뒤태’ 등의 호객에 ‘낚이는 일’이 허다하죠. 비문과 오자도 자주 눈에 띕니다. 속보(速報) 처리에도 목매죠. 그러다 보니 네티즌이 댓글로 사실(fact) 여부와 문장 오류 확인, 오·탈자를 지적하는 ‘게이트 키퍼(gate keeper)’가 되기도 하죠. 또 인터넷 속성상 문사철(文史哲)이 먹히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뉴스는 개그프로그램 대사처럼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결론은 클릭수를 올려야 광고가 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터넷 뉴스 소비자는 신문을 대하는 자세로 정독해서는 곤란합니다. 인터넷뉴스는 “신문에 났어” 정도의 신뢰를 얻지 못했어요. 인터넷 뉴스 생산자들 반성해야죠.
인터넷 뉴스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건 뉴스 또는 정보를 담은 ‘이야기’라고 보면 됩니다. ‘스토리텔링 뉴스’이지요. 입말과 글말을 뒤섞어 놓은 상태 말입니다. 박태원 소설 ‘천변풍경’에서 보여주는 빨래터 수다에 참여하고, 이를 즐기는 것과 같습니다.
자, 디지털 미디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 없다는 거 아시겠죠? PC나 모바일 등을 통해 ‘스토리텔링 뉴스’를 즐기시고, 종이신문을 통해선 내면을 살찌우고 세계관을 쌓으시라는 거죠. 하나만 소비해선 ‘뉴스 피로’가 쌓이는 세상입니다.
전정희 디지털뉴스센터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