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이웃을 내 몸같이… 그리스도적 ‘자아’

입력 2013-04-19 17:48

익숙한 거리 이름, 여전히 생생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도시 보스턴에서 들려온 끔찍한 폭탄 테러 사건이 마음을 유난히 아프게 합니다.

생명을 앗아가고 상처 입히는 그 모든 테러는 언제나 가슴 아픈 사건이지만, 그 장소가 제게 ‘멀리’ 느껴지는 공간이 아니라서 충격과 슬픔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보일스톤 거리, 아 거기. 유학시절 5년을 지내는 동안 친구들과 밝게 지나다녔던 곳이라서, 신문 속 사진도 뉴스에 나온 사람들도 남 같지 않았습니다.

남 같지 않음. 아프고 슬픈 것에 정도 차이가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거기 있지 싶어요.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상처는 아픈 법이지만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일 때와 내가 아는 사람일 때, 내 가족의 일일 때, 심지어 그것이 나 자신일 때 느끼는 고통은 분명 다르니까요.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그런 말을 했었죠. 현대인은 일상의 많은 일들을 ‘먼 거리’(텔레)에서 ‘보기’(비전) 때문에 내가 관계 되지 않은 지구촌 건너편의 비극을 영화나 드라마처럼 ‘관람’하는 경향이 있다고요. 심지어 그 비극적 고통이 더 생생하게 클로즈업되어 전달되기를 기대하는 ‘관음증’마저 보인다고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600가지도 넘는 세세한 유대교 율법의 지침들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요약하셨던 예수께서 사람들 사이에서 행해야 할 근본적인 원칙으로 가르쳐주신 권고죠. 이웃을 내 몸처럼…. 결국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닮으려 노력하고 도달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지점은 ‘확장된 자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의 기원이신 하나님 안에서 하나의 연결된 생명이라는 자아 인식이요. 그러면 ‘내 몸 같은’ 이웃을 향한 폭력과 관음증을 그칠 수 있겠지요.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