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버리는 ‘저장강박증’을 아시나요… ‘SBS 스페셜’

입력 2013-04-18 18:52 수정 2013-04-18 22:17


SBS 스페셜(SBS·21일 밤 11시15분)

광주에서 잡동사니로 가득한 집 다섯 채가 발견됐다. 놀라운 건 이 집들이 모두 한 사람 소유라는 것이다. 집주인은 처자식이 떠난 뒤 10년 넘게 잡동사니를 모으며 살아왔다는 한 할아버지였다. 이 할아버지의 형님은 10여년 만에 동생 집을 찾았다가 집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동생을 위해 형님은 구청 협조를 업어 다섯 채 집에서 두 채의 집을 우선 청소하기로 한다. 그런데 두 집에서 엄청난 쓰레기가 끝없이 나왔다. 쓰레기양은 첫 번째 집에서 18t, 두 번째 집에선 50t이 넘었다. 특히 수백 대 넘는 라디오가 발견돼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벽(奇癖)을 ‘호딩(Hoarding) 장애’라 부른다. 저장강박증세를 보이는 호딩 장애의 종류는 다양하다. 어떤 물건이건 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모으는 ‘푸드 호더(Food Hoarder)’, 동물을 모으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등도 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앤디 워홀(1928∼1987)도 호딩 장애를 앓은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는 동화책이나 편지 등을 수집해 상자에 넣은 뒤 이를 ‘타임캡슐’이라 불렀다. 그런데 집엔 이러한 타임캡슐이 600개가 넘었고, 이 때문에 워홀은 5층짜리 건물에 살았음에도 방 2개만 사용해야 했다.

방송은 호딩 장애 때문에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전한다. 제작진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잡동사니 더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쓰레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 부부, 개 45마리와 고양이 13마리를 키우는 애니멀 호더 등을 취재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