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미투자자 울리는 주가조작범 패가망신시켜야

입력 2013-04-18 18:34 수정 2013-04-18 22:15

신속하게 수사하고 형량 높여라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이 우리나라에선 작전세력들의 놀이터로 변질된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가조작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주가조작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공매도 작전세력의 끊임없는 공격에 지쳤다”며 지분을 외국회사에 팔겠다고 선언해 파문이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에 대한 엄벌 방침을 밝힌 이후 어제 정부가 내놓은 주가조작 근절대책은 평가할 만하다. 금융위원회 조사인력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통신사실조회, 출국금지 등 신속하고 효율적 조사를 하도록 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일본 금융청, 영국 금융감독청(FSA) 등은 주가조작·내부자거래 혐의가 발견되자마자 통신조회, 압수수색 등 수사권을 발동해 조사에 나선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는 한국거래소가 주가조작사건을 적발한 이후 금융감독원 조사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검찰에 넘길 때까지 1년 이상이 소요돼 증거확보와 신속한 조사가 힘들었다. 보통 1년간 보관되는 통화내역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문제는 현장조사 경험이 없는 금융위 공무원과 금감원에서 금융위로 파견된 6명 안팎의 민간인이 날아가는 주가조작사범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금감원 조사직원 86명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 했는데 금감원이 공무원 조직이 되면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반발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금융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고 단속하는 게 본연의 업무인 금감원이 정작 제 할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주가조작은 치고 빠지기 식으로 단기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명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지난해 검찰이 기소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3.1%에 그치고 86.9%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시세조종 등을 통한 주가조작사범도 10명 중 8.6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감옥행을 면했다. 따라서 주가조작 수사속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처음부터 주가조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몰수·추징을 통해 최대 4배까지 환수하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미국 법원은 기업의 내부정보를 습득해 주식에 투자, 막대한 차익을 챙긴 혐의로 헤지펀드 ‘갤리언’ 설립자 라지 라자라트남에게 징역 11년형을 선고하고 벌금 1000만 달러, 추징금 5380만 달러를 부과했다. 우리도 주가조작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당이득을 노리는 작전세력들이 엄두를 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