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입력 2013-04-18 18:33

경찰이 어제 인터넷에 야당을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며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김모씨 등 국가정보원 직원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비록 송치단계에서 발표한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지만 김씨 등이 국정원 직원의 국내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9조를 위반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아직도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정치공작이라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면서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정원녀 댓글 사건’으로 시작돼 대선기간 중 큰 논란이 일었던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씨 등이 인터넷에 댓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가 여부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개입하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노골적인 지시내용이 담긴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 등의 국정원 내부문건이 낱낱이 공개됐기에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 등에 의해 고소·고발된 원 전 원장은 당연히 검찰의 조사를 받겠지만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검찰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정보기관의 국기문란 행위가 드러나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단순히 국정원장의 ‘과잉충성’ 정도로 사건을 덮을 경우 검찰 역시 거센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시시비비를 모두 가리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혀내지 않는다면 국정원의 조직을 개혁해 국가안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케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동시에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된 경찰 수사의 문제점도 확실하게 규명돼야 한다. 경찰은 대선 3일 전 밤에 김씨가 무혐의라는 수사결과를 갑자기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고,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도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규명할 심리정보국장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해 12월 받아놓고 지난주에야 출석을 요청하는 등 늑장수사로 일관하며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경찰이 김씨 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논란거리다. 국정원 직원이 대선기간에 정치에 개입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다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넘겨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차제에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인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