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돈 많이 벌지 고민” 朴대통령 식사 정치
입력 2013-04-18 18:23 수정 2013-04-19 00:48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요즘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안전행정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추경을 할 정도로 세수 부족이 생기고 있고 세계 경제와 안보 상황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언급하며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했다. 법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이 갖게 하는 것이 국민 행복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의원이 국회 예결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쪽지 예산’ 문제를 거론하자 “이번 추경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식사 정치’를 이어가면서 그에 따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체로 정치권에서는 “잘했지만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야권에서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 강행,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등을 이유로 ‘가짜 소통’ ‘병풍 놀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새누리당 지도부 만찬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간 밤낮으로 12차례 오찬과 만찬을 가졌다. 이날도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점심 및 저녁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초기에 평가가 좋았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2일 당 지도부 만찬회동 직후 “국정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매우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화기애애하게 밥은 먹었지만 뒤끝이 찜찜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16일 만찬회동 다음날 윤 장관을 임명하자 “야당은 밥이나 먹으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보건복지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진주의료원 문제는 경남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실망이 크다. 한 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오찬 발언을 통해 이를 지방 차원의 문제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여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 인근 비서실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회동을 가진 것에 뒷말이 적지 않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 하루 전에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운영위 전날 당 원내지도부를 부른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를 정부보다 아래로 보는 처사”라고 말했다.
사전 준비 및 후속 조치가 꼼꼼하지 않아 식사 정치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견해도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사전에 현안 및 애로사항을 미리 청취하고, 관련 사항들이 식사 자리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면 더 보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