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공포] 귀를 찢는 폭발음·불기둥… 주변 건물 100여채 부서져
입력 2013-04-18 18:18 수정 2013-04-18 22:14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 지역 비료공장에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는 혼돈 그 자체다. 100여 채 이상의 건물이 무너진 상황에서 건물에 갇힌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여 사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이은 추가 테러 여부가 관심이었으나 일부에서는 초기 화재 진압 실수에 따른 단순 사고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핵폭탄 터진 듯 강력한 폭발=사고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쯤 웨이코 북부 인구 2800명의 작은 도시 웨스트시 비료공장에서 굉음과 함께 버섯구름과 같은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일어났다. 세 시간 뒤인 오후 10시쯤에 추가 폭발이 발생했다. 불길은 오후 11시쯤 잡혔다.
두 차례의 강력한 폭발은 사고현장에서 북쪽으로 120㎞가량 떨어진 댈러스에서도 감지됐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진도 2.1의 충격파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비료의 원료가 되는 무수 암모니아도 폭발력을 한층 높이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로 인근 아파트와 양로원 등 100여 채 건물 지붕이 날아가고 창문은 산산이 부서졌다. 폭발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일부 주민이 건물 안에 갇혀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텍사스 경찰 당국자는 18일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사망자가 5∼15명이라는 것은 추정치”라고 말했다. 사망자 중에는 구조대원 2명이 포함돼 있으며 부상자는 16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들은 힐크레스트 병원을 비롯해 댈러스 등 인근 두 개 지역 병원으로 후송됐다. 힐크레스트에만 1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주로 파편으로 인한 절단이나 골절상 등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전 진료소로 이용되는 인근 축구장에는 환자들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FP통신은 한때 지역방송을 인용해 사망자가 60∼7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으나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미 소방당국은 텍사스 주 일대 구급차와 경찰차를 총동원했으며 700여명의 구조대원과 6대 이상의 헬기가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소방관 출신으로 사고 현장에 출동한 토미 무스카 웨스트 시장은 “큰 버섯구름이 발생했고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화재진압 실수?=테러와의 연관성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초기 화재진압 실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화재는 폭발 30분 전인 오후 6시30분쯤 일어났고 작은 화염으로 시작된 불이 실수로 커지며 폭발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댈러스모닝뉴스는 사고가 난 비료공장은 질산과 무수 암모니아를 결합해 질산암모늄을 생산한 곳이었다며 무수 암모니아는 기체상태는 위험하지 않지만 물과 접촉할 때 폭발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무수 암모니아에 직접 물을 뿌리면 증기 폭발이 일어난다. 무수 암모니아는 톡 쏘는 듯 자극적인 냄새가 나며 맹독성의 가스를 내뿜는다. 공장에는 25t의 무수 암모니아가 있었다. 텍사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폭발이 산업재해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해 사고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텍사스 당국은 추가 폭발을 우려해 공장 인근 주민 2800명 중 절반을 대피시키고 학교에는 이번 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또 미 연방항공청(FAA)은 3000피트(약 910m) 이하로 나는 비행기에 대해 웨스트시 반경 4.8㎞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