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공포] 독극물 우편물·보스턴 폭탄테러 타이밍 ‘묘한 일치’
입력 2013-04-18 18:12
미 연방수사국(FBI)이 독성물질 ‘리친’ 분말이 들어있는 편지를 보낸 남성을 17일(현지시간) 체포함에 따라 워싱턴의 테러 공포는 이틀 만에 수그러들게 됐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보스턴 폭탄테러와 독극물 우편물 배달 사건은 별개로 보인다는 게 수사당국의 잠정 결론이다. FBI는 두 사건 간 연관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주) 상원의원, 미시시피주 법원 관리에게 리친이 묻은 편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폴 케빈 커티스(45)다. 편지는 커티스의 자택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의 소인이 찍혀 있으며 ‘잘못을 보면 침묵하지 마라. 나는 KC로, 이 메시지를 승인한다’는 글이 담겼다.
미시시피주에 거주하는 커티스는 과거에도 의원들에게 이러한 구절이 든 편지를 보냈고, 인터넷에도 병원에서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사연을 올린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쉽게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커티스가 우편물을 부친 날짜는 지난 8일이다.
FBI의 주장대로라면 커티스가 보낸 편지가 백악관과 의회에 도착할 즈음 공교롭게도 보스턴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두 사건이 연관돼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하지만 별개의 개인이나 조직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쪽은 불특정 민간인을 겨낭해 테러를 하고, 다른 쪽은 독극물 편지로 지도층 인사에 위해를 가하려고 한 것이 우연일 수 있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미국에서는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사건 발생 며칠 만에 언론사와 의회, 우체국 등에 탄저균이 담긴 우편물이 배달돼 5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했었다.
앞서 이날 워싱턴DC의 미 의회에서는 긴장이 한껏 고조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위커 상원의원을 수신인으로 하는 우편물이 독극물 양성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수상한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신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리처드 셸비(공화·앨라배마), 조 맨신(민주·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의회 사무실에, 상원 군사위원장인 칼 레빈(민주·미시간) 상원의원과 제프 플레이크(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각자의 지역구 사무실에 수상한 편지가 배달됐다고 신고했다.
의회 경찰은 이에 따라 연방 상원의 하트빌딩, 러셀빌딩 등에 소개령을 내렸다. 특히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이 출석한 상원 군사위 청문회장의 출입도 한때 통제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