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공포] 美 언론들, 테러범 체포 보도 혼선

입력 2013-04-18 18:13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미국 언론의 취재경쟁이 과열되면서 한때 범인을 체포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수사당국이 서둘러 이를 부인하는 등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 비판했다.

혼선이 빚어지게 된 계기는 17일(현지시간) 오후 1시45분쯤 CNN의 존 킹 기자가 수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단독 보도하면서부터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스턴의 유력지인 보스턴글로브가 1시53분 회사 트위터에 익명의 취재원을 언급하며 테러 용의자가 붙잡혔다고 전했다. 또 6분 뒤인 1시59분에는 취재원이 CNN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뉴스의 메긴 켈리 기자는 1시55분 취재원으로부터 범인체포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보도했다.

유력 신문과 방송이 연이어 속보로 테러 용의자 체포 보도를 이어가자 AP통신은 1시53분 긴급 뉴스로 용의자 체포가 임박했다고 보도했고 2시14분에는 용의자를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체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AP통신까지 보도에 나서자 전국 방송인 ABC와 NBC, CBS 등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관련 소식을 내보냈지만 체포나 구금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테러 용의자 체포 관련 속보가 난무하면서 혼선이 계속되자 결국 미 연방수사국(FBI)이 나섰다. FBI는 오후 2시59분 전송된 AP통신 기사를 부인하는 형식으로 테러 용의자 체포사실을 부인했다.

보스턴글로브는 검찰과 보스턴 경찰 당국자를 인용해 오보를 인정했다. CNN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믿을 만한 3곳의 연방과 현지 수사관계자로부터 정보를 받았다”며 “그들이 방송 뒤 다시 우리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해 오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지난해 6월에도 대법원의 의료보험 의무가입 합헌 결정에 대해 속보경쟁을 벌이다 CNN과 폭스뉴스가 오보를 내며 혼란이 빚어졌던 점을 지적하며 무분별한 언론사의 경쟁 양상을 개탄했다. 이번 오보사태는 대부분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 문제였다. 뉴욕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트위터에 “에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