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한약재냐 식품이냐 17년 ‘이중 규제’ 풀리나
입력 2013-04-18 18:02 수정 2013-04-18 22:39
여름에는 백숙에 넣어 먹고, 겨울에는 홍삼액으로 달여 먹고, 힘이 달릴 때는 한의원에서 녹용과 함께 처방받는 한국의 대표 특산물 인삼. 인삼은 과연 약인가, 식품인가.
인삼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1996년 인삼산업법이 제정된 뒤 약사법상 ‘한약재’이자 인삼산업법상 ‘식품’의 이중규제를 받아온 인삼을 식품으로 일원화해 관리하자는 법안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돼 뜨거운 논쟁 중이다. 약사법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의업계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반대 목소리를, 인삼산업법을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산지역 인삼농가, 법안을 발의한 충남 지역 의원들은 “이중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찬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삼의 17년 이중생활=현재 법안소위에는 새누리당 이인제(충남 논산), 민주통합당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이 발의한 두 건의 약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핵심은 ‘인삼의 제조 검사 판매 유통에 대해서는 인삼산업법을 따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약사법상 한약재로서 인삼의 지위는 유명무실해진다. ‘대한민국약전’상 한약재에 인삼을 포함하는 게 적절한가의 문제도 생긴다.
찬반양론은 치열해지고 있다. 금산 지역 인삼농가들은 약사법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관련 부처에 탄원서를 보낸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국회를 방문해 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인삼은 약이기 때문에 다른 한약재와 동일한 기준으로 품질검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16일 복지위 법안소위에 제시했다.
부처 입장도 엇갈린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재로도 쓰는 인삼을 식품으로 일괄 관리하겠다는 것은 한약재 분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림부는 “하나의 법으로 단일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왜 지금 문제인가=17년간 이중규제를 받던 인삼의 지위 문제가 새삼 문제가 된 이유는 개정 약사법 때문이다. 한약재를 엄격히 관리하도록 한 개정 약사법이 2011년 10월 1일 시행될 당시, 인삼농가에 한해 2년간 유예조항을 뒀다. 만료일이 오는 9월 30일로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개정 약사법 시행 전, 인삼은 법체계와 달리 약과 식품의 유통채널이 뒤엉켜 있었다. 한약재가 대표 특산물이라는 이유로 복지부는 약사법상 ‘단순가공포장품제’라는 예외 규정을 둬 인삼 농가가 검사 없이 한약재를 제조 판매하는 걸 눈감아 왔다. 농약 한약재가 비판받으면서 복지부는 이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당시 인삼 농가 반발에 밀려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