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다고… 아이들보다 더한 ‘학부모 왕따’
입력 2013-04-18 17:55
“엄마 혹시 ‘왕따’ 아냐?”
서울 A중학교 2학년 학부모 김모(45·여)씨는 지난달 말 딸아이에게 “다른 엄마들은 다 아는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들었다. 2G 휴대전화를 쓰는 김씨가 얼마 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잡힌 학급 어머니 모임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 A중학교는 지난해부터 학부모들을 위해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생활지도사항이나 급한 공지사항을 알리고 있다. 김씨는 “스마트폰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있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소외를 당하니 황당하다”며 “2G 휴대전화를 쓰는 학부모는 모임이나 교사와의 대화에도 참석하지 말란 얘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만 발생했던 ‘왕따 문제’가 학부모 집단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예전엔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이 소규모 학부모 친목커뮤니티에서 소외되는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 유무나 유치원 출신별로, 혹은 동네별로 ‘학부모 왕따’들이 양산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꼽은 가장 흔한 왕따 수단은 스마트폰 메신저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을 구비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학교 측에선 기존에 발급하던 서면 가정통신문을 가정으로 보내거나 개별 연락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비공식적 학부모 모임이나 논의사항 등이 전달되지 못해 상대적으로 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을 쓰고 있더라도 커뮤니티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마음이 맞지 않는 학부모의 경우 채팅방에서 ‘강퇴’(강제퇴장)를 당하거나 몰래 따로 만든 채팅방에 초대되지 못한 채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 정모(43·여)씨는 “17명이 모이는 학부모 모임 사실 자체를 모르고 소외가 되거나, 소풍 때 통일해서 준비하기로 한 도시락 준비 공지 등을 전혀 받아보지 못해 아이까지 곤란한 경우가 있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도 모르게 단체채팅방에서 퇴장돼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브랜드 유치원이나 영어학원 출신별로 학부모 그룹이 나눠지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워킹맘 박모(39)씨는 “학부모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커뮤니티와 방법대로 방과후 사교육 등을 이어가길 원하기 때문에 소규모 유치원 출신이나 타 지역에서 온 전학생들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