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 빠진 건설업계 ‘설상가상’

입력 2013-04-18 17:41


‘건설대란’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와 해외시장 수익성 악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다 회사채 만기 집중으로 재무건전성 악화까지 예고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해외수주액 2위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지난해 해외수주액 4위의 GS건설도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영업손실이 535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 대우건설 등도 1분기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실적악화가 유동성 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두산그룹이 유동성이 악화된 두산건설의 지원을 결정한 바 있으며,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만도의 주가도 한라건설을 지원키로 하면서 연일 하락하고 있다. 건설사의 위기가 모기업 및 관계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룹에 속하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진 데다 그나마 이를 인수할 기관투자가도 없어 유동성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투자증권은 18일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A등급 건설사 8곳과 BBB등급 8곳의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4조164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A등급 건설사 8곳의 총 회사채 잔액은 6조9790억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금액은 전체 잔액의 34.4%인 2조4020억원에 이른다. 업체별로 보면 한화건설(42.7%), 롯데건설(41.8%), 현대산업개발(38.6%) 등의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액 비중이 높다.

BBB등급 건설사 8곳은 회사채 잔액 3조4830억원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액이 1조762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절반을 웃돈다. 계룡건설(79.4%), 두산건설(57.5%), 동부건설(54.7%), 한라건설(50.4%) 등에 올해 만기도래액이 집중돼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인해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 창출로 회사채 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운 데다 건설업 리스크 확대로 회사채 차환 발행도 힘든 게 현실”이라며 “A등급과 BBB등급 건설사의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액이 몰리면서 이들 건설사는 회사채 상환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증권업계에선 수익 악화 고착화와 차입금 상환부담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건설사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