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왼쪽 눈의 안대를 조심스레 벗었다. 간호사가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잘 보여요?” 웃음이 나왔다. “그럼요.” 시력측정표의 위 둘째 줄까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서울 성수동 보리떡교회에서 교회학교 간사로 사역하는 위장열(28)씨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 임석구 목사)의 도움으로 지난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각막을 이식받고 ‘생명의 빛’을 되찾았다.
그는 어릴 적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하나 남은 왼쪽 눈도 선천성 녹내장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갔다. 작년부터는 사물의 윤곽을 겨우 확인할 정도로 나빠졌다. 지난해 10월 1차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했다. 선천성 녹내장은 각막을 이식해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기대가 컸기에 아픔도 컸다.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작심 밤기도를 드리며 매달렸다. 주일을 지내고 첫 월요일인 15일 각막이 준비됐다는 연락이 왔다. 한 뇌사자가 기증한 각막이었다. 한 차례 실패경험이 있어 조마조마했지만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도 응답을 받은 것 같아요. 1차 수술 받고 6개월 만에 각막기증자가 나온 것이나 수술 두 번 만에 성공한 것 모두 아주 드문 일이거든요.”
수술비와 치료비를 지원받은 것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그에겐 기적과 같은 선물이었다. 1차 수술 때는 병원 사회복지과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2회 이상은 지원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낙담한 그에게 ‘생명의 빛’ 캠페인을 전개해온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9일 퇴원하는 그는 교회학교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 앞을 잘 볼 수 없던 지난해 여름부터 보리떡교회에 출석해 교회학교를 맡았기 때문에 장난기 어린 목소리만 익숙할 뿐 얼굴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20대 들어 방황하면서 한동안 교회를 등졌던 그의 새로운 꿈은 찬양사역자가 돼 봉사하는 것이다. “장애가 있어도 훌륭하게 사역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재호 보리떡교회 목사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정말 감사해요. 누군지도 모르는 이를 위해 각막을 기증하고 수술비를 도와준 분들이 계셨기에 제가 다시 꿈을 키울 수 있게 됐어요.”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 조정진 목사는 “사순절 기간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모아준 정성이 한 청년에게 생명의 빛을 찾아줬다”면서 “사후 각막기증과 수술비 지원에 한국 교회가 더욱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