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4연패 수모… 농구챔프전 패장 문경은 감독 “그래도 행복합니다”
입력 2013-04-18 17:34
“1승도 못해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참 행복합니다.”
‘람보’ 문경은(42) 감독은 쿨했다. ‘패장’ 목소리치곤 황당한 소감이다. 프로농구 2012∼201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4연패 수모를 당하고도 조금도 위축됨이 없다.
어찌 보면 우승한 유재학(50) 감독보다 더 당당해보였다.
‘초짜’ 감독치곤 배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 감독은 챔프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큰소리를 떵떵거렸다. 그는 “이 정도 선수로 우승을 못하면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다”고 자신만만했다. 결론은 그의 말대로 됐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터라 방심했을까. 큰 경기 경험 부족과 전략 부재 등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스승이자 선배인 유 감독에게 왕좌 자리를 헌납했다.
만 가지 수를 부린다는 스승 ‘만수’ 감독에게 졌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게 아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정식 감독을 맡았지만 SK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적성농구’로 주목을 끌었다. ‘모래알 같다’던 SK에 탄탄한 팀워크를 심어 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선사했다. 정규리그 44승(10패)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도 수립했다.
문 감독은 경기직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영원한 1위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자부심과 패기만으론 안 된다는 것을 엄청남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형님 리더십으로 끌고 왔다”면서 “앞으로는 강하고 무서운 팀으로 거듭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초보감독을 만나서 고생한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후배는 선배의 앞걸음을 보고 간다고 했다. 해답은 스승 유 감독이 7년 전에 보여줬다. 유재학 감독도 2005∼2006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도 2위 서울 삼성에 4연패 고배를 마셨다.
7년 뒤 오늘은 문 감독이 유 감독의 입장이 됐다. 아픈 만큼 성숙하는 법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