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작가 “행복은 성공이 아니라 친구 손 잡는 것”
입력 2013-04-18 17:20
아동문학에서 200만부를 돌파한 기념비적 작품이 나왔다. 김중미(50·사진) 작가가 2001년에 낸 ‘괭이부리말 아이들’(창비)이 그것이다. 고(故) 권정생의 ‘몽실언니’와 ‘강아지똥’,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지만, 200만부 기록은 처음이다.
17일 김 작가를 전화 인터뷰했다. 휴대전화를 쓰지 않아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했고, 통화는 작가의 남편 것을 잠시 이용해야 했다.
김 작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잘 모르겠다”며 “가난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가난이 그들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작가는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기차길옆작은학교’라는 공부방을 꾸려왔다. 괭이부리말은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 그곳에 사는 한부모 가정 아이들과 비행 청소년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공부방 경험의 편린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 것이다. 작가는 2001년 강화도로 귀농한 후에도 인천과 강화를 오가며 공부방 활동을 계속한다.
작가는 외환위기 2년 후인 1999년 가을에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신자유주의가 가속화되면서 살인적 경쟁이 화두가 됐다. 경쟁에서 지면 밀려나는 것이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모두가 얘기하는 성공이 행복의 길이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와 손을 잡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경쟁에 지쳐 ‘피로사회’가 된 대한민국에 책이 울림을 갖는 건 이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습작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었던 작가의 소박한 열망이 책을 쓰게 만들었고, 그것이 위로 받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린 것 같다. 책은 2000년 제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을 수상했다.
문제는 독자층인 학생들은 더욱 입시 경쟁에 내몰려 문학을 멀리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초등 5, 6학년만 되면 문제집만 풀지 않느냐. 부모와 학생들이 책을 정보나 지식을 접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서 “문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정서적인 성장을 가져온다”며 문학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현재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인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를 어린이 월간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 중이다. 앞으로 농촌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