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행동하라, 그러면 바뀔것이다”
입력 2013-04-18 17:21
립잇업/리처드 와이즈먼/웅진지식하우스
‘괴짜 심리학’(2008)으로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대중의 손에 쥐어준 리처드 와이즈먼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 심리학 교수가 이번엔 ‘행동’에 주목했다. 우선 그는 자신의 저서인 이 책을 “찢으라”고 제안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돼! 책을 찢다니”라고 반응할 것이다. ‘책이란 읽는 것이지, 찢는 게 아니다’라는 강한 습관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습관은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중대한 장벽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이다. 책을 찢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심리적으로는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큰 피해가 없는 그런 일을 하나씩 시도해보는 것이다.”(7쪽)
그러고 보니 책 제목 립잇업(rip it up)은 ‘뜯어내거나 찢어버린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도록 요구할 때 쓰는 강한 표현이기도 하다. 판에 박힌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책을 찢을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에 찍힌다. 예컨대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갑자기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웃으라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 없이 그냥 입술 양 끝을 올리는 ‘행동’부터 하라는 것이다. 마음과 관계없이 일단 행동부터 한다는 것은, 사실 그렇지 않지만 그런 ‘척’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과자 그릇을 보았다고 치자. 물론 먹고 싶겠지만, 저자는 어찌됐건 일단 과자를 싫어하는 척 그릇을 밀쳐 보라고 권한다. 역시 마음가짐과는 관계없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작은 행동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금연을 굳게 결심한 흡연자들보다 자신을 폐암 환자라고 가정한 역할극에 참여한 흡연자들이 훨씬 많이 담배를 줄였다. 폐암에 걸려 담배를 피워서 안 되는 사람인 ‘척’ 행동한 잠깐의 시간이 그 이후의 변화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뭔가 다른 일을 해보자’는 저자가 소개한 심리학 실험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와이즈먼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제안한다. “이제 사진 위에다가 마구 낙서를 해보자. 뿔이나 콧수염을 그려도 좋다. 저주의 글을 쓰거나, 머리를 자르고 눈을 찌르는 등 마음대로 화풀이를 해보자. 솔직히 말해서, 낙서를 하도록 한 까닭은 여러분의 죄의식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말자. 이제 가정원칙을 가지고 여러분의 죄의식을 덜어주도록 하겠다.”(154쪽)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 사진에 낙서를 한 사람들에게 “당장 손을 씻어보자”라며 일종의 가정원칙에 의한 면죄부를 준다. 실험 결과 손을 씻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훨씬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하지 않던 아주 작은 행동을 해 보는 일, ‘척’하는 일. 그게 저자가 강조하는 변화의 바이러스이다. 박세연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