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선우] 품격 있는 소통, 배려가 함께 해야

입력 2013-04-18 18:28 수정 2013-04-18 18:30


한때 공동체주의가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공동체주의는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존중이 있을 때 성립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신뢰연구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사회구성원간의 신뢰는 상호간 소통과 배려가 존재할 때 형성되는데 일방적 소통은 불신만 조장하고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소통과 배려는 상호보완적 관계이며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도 배려가 있으면 갈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요즘 담뱃값 인상논의가 한창이다.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를 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밀수담배, 가짜담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흡연금지구역이나 금연빌딩도 늘어나고 있는데, 금연구역인 강남역 일대의 주변골목길은 흡연자들의 집합소가 되어 주민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빌딩 입구는 흡연자들 차지가 되어 출입자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흡연자에게 담배를 피울 공간을 만들어주는 배려가 필요하고, 흡연자는 담배연기가 주는 피해를 이해해야 한다. 담배는 흡연자들 간의 소통을 부드럽게 해주는 매개체도 되지만 비흡연자에게는 고통이 된다. 흡연자가 흡연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비흡연자를 배려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길거리에서 휴지통이 사라졌다. 휴지통은 쓰레기 등을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고 정해진 곳에 버려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런데 이유야 어떻든 지방정부 측에서 쓰레기는 알아서 버리라는 일방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휴지통을 마련해주는 배려가 없다 보니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시민들은 소통하게 된다. 즉 배려가 없는 일방적 소통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운전자 간의 유일한 소통은 신호와 법규준수일 것이다. 서로 먼저 가겠다고 아우성치다 보면 일방적인 소통만 생기지만, 서로 먼저 보내주겠다는 배려의 소통이 있으면 교통사고도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더 많은 연봉과 더 나은 복지를 위해 교섭하고 파업하지만, 이익을 함께 창출한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직원과의 이익배분을 위해 그들과 소통하고 배려했다면 사회는 따뜻한 눈으로 대기업의 노사를 환대했을 것이다. 동반성장이란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관계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고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때 가능하며, 그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공동으로 분배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쌍방향 소통과 배려인 것이다.

우리 민족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조그만 일에도 감동하기를 잘한다. 특히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정을 이해해주는 지도자 앞에서는 충성심과 존경심이 자연발산되기도 한다. 역대 장관 중 처음으로 공무원노조로부터 상을 받은 맹형규 장관이나 직원들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공무원상’을 받은 박재완 장관은 대표적인 소통과 배려형 장관들이었고, MB 정부에서 장수한 장관들이었다. 항상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모 인사는 과장급 중 당연히 승진이 됐어야 할 직원이 지역 및 학교 안배 등으로 승진대상에서 제외됐을 때 그 사정을 장관인 자신이 직접 설명하고 다음 승진에서 반드시 배려하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장관이 직접 소통하는 배려를 한 데 대해 우리네 정서상 끝까지 저항할 공무원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이다. 후보자들의 도덕성 검증도 필요하지만 신상털기 식의 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 후보자, 국민 상호간의 쌍방향 소통이라기보다 의혹을 제기하거나 또는 그 사실을 부인하는 일방적인 소통수준에 불과하며, 후보자 본인과 가족에 대한 배려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청문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존경, 후보자들에 대한 신뢰보다는 국민들로부터의 냉소와 불신뿐이다. 품격 있는 소통은 배려가 함께 함을 이해하였으면 좋겠다.

이선우(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