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종교가 되다
입력 2013-04-18 17:28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질베르 리스트(봄날의책·2만원)
세계 대다수 국가는 ‘발전(發展)’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확신한다. 생산을 늘리고 시장교환체제를 확고히 하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상품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시장경제체제 발전에 발맞춰 지난 200년간 세계를 지배했다.
하지만 발전에 대한 이러한 맹신은 부작용도 낳았다.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됐다. 사회주의 국가들마저도 발전이라는 단어가 갖는 판타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위스 국제발전학대학원 명예교수인 저자는 ‘발전’이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종교라고 주장한다. 발전 찬양론자들이 제시하는 허상을 지우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여러 담론을 소개한다. 아울러 발전에 대한 믿음이 세상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며 환경파괴, 자원고갈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말한다.
“목표는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다.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 막다른 길을 다시 측정하는 것이다. 가혹하게 미래를 저당 잡히면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믿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387쪽) 신해경 옮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