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물 모아 일본에 미술관 세우기까지…

입력 2013-04-18 17:28


정조문과 고려미술관/정조문·정희두(다연·2만원)

경북 예천에서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난 재일동포 정조문(1918∼1989)은 1988년 일본 교토에 고려미술관을 건립했다. 당시 그는 개관사를 통해 “한 개의 둥근 조선 백자항아리에 홀려 고미술품 상점 앞에 발걸음을 멈춘 것이 40년 전이다. 언젠가는 조국에 돌아가면 선물이라도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그 상점 안에 들어갔던 것이 오늘의 첫걸음이 됐다”고 했다.

1955년부터 일본에서 그가 모은 한국 문화재는 1700여점. 손에 넣을 돈이 없으면서도 보지 않고는 못 배기고, 보면 만지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그것이 괜찮은 물건이다 싶을 때는 손에 넣지 못하면 병에 걸릴 정도로 수집광이었다. 그렇게 모은 유물들을 전시하는 고려미술관은 한 개인의 땀의 결실이자 재일 한국인의 망향의 한이 맺힌 공간이기도 하다.

떡살문양이 있는 통일신라시대 기와, 모란이 새겨진 13세기 고려청자상감, 19세기 조선시대 문자도, 나비문양이 있는 조선백자청화, 조선후기 화가 양기훈(1843∼?)이 백로를 그린 ‘노도(鷺圖)’ 등 소장품에 얽힌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일본에서 한국미술을 지키고 알리는 데 헌신한 선친의 활동상을 정희두 고려미술관 상무가 각종 유물과 자료를 중심으로 엮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