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 기업대표 방북까지 불허한 김정은
입력 2013-04-17 18:37
정부, 북한에 협박으로 얻을 게 없다는 점 인식시켜야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현지에 체류 중인 남측 관계자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17일 북한을 방문하려던 입주기업 대표 10명의 계획이 무산됐다. 북한의 불허 때문이다. 북측은 개성공단이 위기에 빠진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억지를 부리며 이들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북한이 이들의 방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빌미 삼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 3일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뭘 원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해야만 개성공단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린 원쑤들에게 복수의 철추를 내리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선반도 정세는 더는 되돌려 세울 수 없는 전쟁상태에 직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남조선 당국은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제목의 비망록을 내 “남조선 당국이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이 아직 입장을 바꿀 의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반도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공장의 장비들이 고철덩어리로 변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남측 관계자 200여명이 신변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식료품 부족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나아가 북한이 2010년 4월 금강산의 남측 관리 인원들을 추방하고 재산을 몰수한 것처럼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측 재산을 압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측 관계자의 단계적 철수를 비롯해 앞으로도 개성공단을 놓고 협박 강도를 높여갈 소지가 없지 않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받아보려는 술책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데서도 이런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주한 외교사절들을 접견하면서 “북한이 위협과 도발을 하면 협상하고 지원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북한이 험악한 조치를 추가로 취하더라도 협상하자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북한으로 하여금 위협으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급증은 금물이다. 통일부가 개성공단을 유지해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역시 올바른 메시지다.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카드를 쓸 경우까지 고려해 대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