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카드사… 고객 보상금 1500억 안주고 버텼다
입력 2013-04-17 18:31
카드사가 고객에게 보상해야 할 1500억원을 수년간 안 주고 버텨온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 이용자가 사망하거나 아플 때 카드빚을 탕감해주는 ‘채무 면제·유예 상품(DCDS)’에 가입했는데도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는 10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DCDS 가입자가 손쉽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폭리라는 지적을 받았던 DCDS 수수료율은 다음 달부터 평균 12% 내려간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정보와 보험금 지급 정보 등으로 확인한 7개 카드사의 DCDS 보상금 미수령자가 2005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8년 동안 10만5217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DCDS 가입자인 자신이나 가족의 사망, 치명적 질병·장해, 장기입원, 골절 등으로 카드대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지만 가입 사실을 몰라 보상금을 못 받은 사람들이다.
금감원이 이 중 901명을 표본으로 미지급금을 추정한 결과 카드사가 이들에게 보상해야 할 돈은 882억원에서 최대 1522억원에 달했다. 이 중 약 70%(최대 1065억원)를 삼성카드가 쥐고 있다.
면제 사유별로는 카드대금 전액을 면제해줘야 하는 암·뇌혈관 질환 등 치명적 질병이 777억원(2만4605명) 규모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장기입원 258억원(7165명), 사망 222억원(6838명) 등이었다.
또 보상금은 카드사가 아니라 카드사와 배상책임보험 계약을 맺은 손해보험사들이 전액을 지급해 카드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말곤 한 푼도 안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지급된 DCDS 보상금 수년치를 보상하도록 해도 카드사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다”며 “이런데도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보상 신청의 80% 이상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금감원은 고객이 내는 DCDS 수수료 중 보상 책임을 위해 쓰이는 보험료는 20%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드사가 주장하는 사업비를 빼더라도 DCDS 수수료의 40%를 순이익으로 챙긴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매달 카드대금의 일정 비율을 떼는 DCDS 수수료는 보통 연 6%대다. 웬만한 시중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3%)보다도 배 이상 높다.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자 금감원은 제도를 개선해 앞으로 DCDS 가입자가 금감원 홈페이지에 구축되는 DCDS 보상금 찾아주기 조회시스템에서 보상 대상인지, 어느 카드사에서 보상받으면 되는지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가입자 사망 사실을 안 카드사는 신청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카드대금을 면제해야 한다.
금감원의 압박을 받은 카드사는 다음 달부터 DCDS 수수료율을 평균 12.1% 내리기로 했다. 장기 가입 고객은 최대 45%까지 수수료가 낮아진다. 가입자의 수수료 부담 절감 규모는 연간 257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여신전문금융협회 홈페이지에 카드사별 DCDS 수수료율을 비교해 공시하도록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