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코트 호령하는 ‘제갈동근’… 모비스 양동근 V마법 속출

입력 2013-04-17 18:24

“삑∼” 파울 휘슬이 울릴 때마다 그는 바람처럼 벤치로 달려간다. 짧은 시간 동안 감독과 작전을 상의하고는 잽싸게 코트로 복귀한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린다. 팀이 위기에 빠지면 과감하게 슛을 던져 림을 가른다. ‘바람의 파이터’ 양동근(32)은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에서 ‘야전사령관’과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를 과시했다.

양동근은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평균 9.3점, 4.3리바운드, 4.3도움을 기록했다. 기록상으로 돋보이는 수치는 아니다. 양동근의 진면목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에서 찾아야 한다. 양동근은 포인트가드로서 팀을 지휘하며 유재학 감독과 선수들 간의 가교 역할을 했다. 챔피언결정전의 전체 흐름을 결정지은 1차전의 영웅은 양동근이었다. 76대 71로 모비스가 역전승을 거둔 1차전에서 양동근은 4쿼터에서 외곽포 두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정규리그 1위 서울 SK가 자랑하는 3-2 드롭존 수비를 뚫을 수 있었던 것은 양동근 덕분이다. 양동근은 빠른 움직임으로 한 번에 찔러 주는 패스로 3-2 드롭존을 깼다. 유 감독은 16일 3차전에서 68대 62로 이긴 뒤 “양동근과 김시래가 3-2 드롭존에 대해 적응을 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완벽하게 깼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시즌 모비스엔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 함지훈 등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이들 개성 강한 멤버들을 하나로 묶어 수준 높은 팀플레이로 녹여 내는 선수가 바로 양동근이다. 양동근은 2006∼2007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산 KT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기자단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당시 양동근의 플레이에 패기가 넘쳤다면 이번 시즌엔 노련함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울산=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