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확대 재원 확보하려면 증세 필요”
입력 2013-04-17 18:23 수정 2013-04-17 22:10
‘Mr. 엔’ 사카키바라의 쓴소리
“결국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제2회 서울 이코노믹 포럼’에 참석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사진)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교수는 한·일 양국의 경제상황을 진단하며 ‘성장 경제’에서 ‘성숙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미스터 엔’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교수는 ‘글로벌 경제환경과 (일본의 경험을 중심으로 본) 창조경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아베노믹스’에 대한 분석을 내놓으면서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먼저 일본 정부의 엔저정책에 대해 “일본은행이 정책방향을 전환하면서 엔화 약세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 정권이 엔저 용인 및 추진의지를 밝힌 결과가 현재의 환율이라고 설명하며 “이미 충분히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사카키바라는 “일본의 목표 인플레 수준인 2%도 내년 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는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를 벌충하는 과정일 뿐이며 그렇게 오르고 나면 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하는 평가도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패러다임 시프트’가 진행된 상황에선 1%의 성장만으로도 족하다고 덧붙였다. 성숙 경제에 들어선 일본이 더 이상 성장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일침이다.
‘미스터 엔’은 이어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의 방안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소득세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까지 올리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며 향후 복지공급을 감안한 재원확보 측면에서 소비세율을 유럽수준인 20%까지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카키바라는 “일본에선 재정 확충의 답이 증세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일본 역시 최소 15% 이상까지 인상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양극화와 소득정체, 고용불안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격차사회’는 세계 공통의 문제로 이 역시도 ‘소득 재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관건은 세금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사카키바라 교수는 성숙 경제 진입을 앞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높지만 앞으로도 지금의 수준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탈세 조사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단 방법론적으로는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험에 대입해 보면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성장 경제의 전략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카키바라= 도쿄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 대학교 특별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장성 재무관과 국제금융국 국장, 와세다대 객원교수를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대장성 관세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일본 국내 경제와 국제금융을 두루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무관료 시절부터 환율정책에 대해 탁월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스터 엔’이란 별명이 붙었다. 저서 ‘환율과 연애하기’와 ‘식탁 밑의 경제학’ ‘시장 원리주의의 종식’ ‘경제의 세계 세력도’ 등은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특히 1999년 출간한 경제진단서 ‘일본재생’을 통해 일본 정·재계에 ‘재생’이란 표현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글·사진=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