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2부선택 옳았다… 한국인 12번째 EPL 진입
입력 2013-04-17 18:24
“1부 리그로 진출하는 것도 좋겠지만 2부 리그서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은 지난해 7월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 리그 팀으로 이적하는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9개월 동안 2부 리그에서 뛰며 경험을 쌓은 미드필더 김보경은 마침내 12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카디프시티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챔피언십(2부 리그) 43라운드 찰턴 애슬래틱과의 홈경기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이번 시즌 3경기를 남긴 가운데 카디프시티는 승점 84(25승9무9패)를 획득, 3위 왓포드(승점 71)에 13점 차로 앞서 최소한 2위를 확보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 자격을 얻었다. 챔피언십에서는 1∼2위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자동 승격하며, 3∼6위 중 플레이오프 승자 1개 팀이 프리미어리그 승격 티켓을 얻는다.
카디프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하는 것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독립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김보경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대표팀의 27명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지난해 7월 카디프시티 입단을 확정지은 뒤 참가한 런던올림픽에선 조별리그 2차전 스위스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발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내 ‘홍명보호’의 2대 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잉글랜드 챔피언십 무대에 입성한 김보경은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교체 멤버로 뛰다가 지난해 11월부터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며 팀의 주축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 블랙번을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렸고, 지난 1월 20일 블랙풀전에선 2호 골을 터트리며 주가를 올렸다. 이번 시즌 기록은 2골 1도움.
꿈의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된 김보경은 “팀이 창단된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는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해서 기쁘다”며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에 잔류할 수 있도록 좋은 활약을 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디프시티의 승격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격렬한 라이벌 경기 중 하나인 ‘남웨일스 더비’에서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김보경의 맞대결도 성사됐다. 김보경과 기성용은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함께 일궈내고 대표팀 소집 때마다 동거동락하는 친구사이다. 카디프시티의 승격을 이끈 김보경이나 스완지시티의 중원을 지배하는 기성용 모두 팀의 핵심 전력으로서 중요한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웨일스를 연고로 둔 카디프시티와 스완지시티는 1912년부터 현재까지 100회를 넘는 경기를 치르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팀 창단 초기인 약 100여 년 전 잉글랜드 최하부리그에서 맞붙던 양팀이 2013년 후반기부터는 처음으로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라이벌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상대 전적에서는 카디프시티가 45승27무35패로 다소 앞서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