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 여권 조차 갑론을박… 일감몰아주기 처벌 찬반 ‘팽팽’
입력 2013-04-17 18:11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개정 작업은 아직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부당 내부거래의 ‘부당성’과 ‘현저성’ 요건 강화를 놓고 국회 정무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조차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저히’와 ‘상당히’ 사이의 간극=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 7명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법 3장에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23조에 있는 위법성 성립 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무위는 이날 일부 수정한 새 개정안을 제시했다. 새 개정안은 총수일가에게 일감 몰아주기 지시 책임에 대한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잉처벌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지시 책임자에게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고 벌칙만 부과키로 했다. 이를 빼고 골격은 그대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음주운전(일감 몰아주기)을 하더라도 경찰(공정위)이 음주운전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이렇게 개정이 되면 음주운전 행위만으로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 표류하나=개정안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두 번 논의한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찬반 논쟁이 거세지자 2010년 공정거래법 개정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 그해 3월 정무위 법안소위, 4월 정무위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부 재벌그룹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법안은 법무위원회 법사소위에 계속 계류됐고, 결국 2012년 18대 국회가 폐회되면서 폐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여야 간 정치 논쟁거리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여야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데다 여권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표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0년 공정거래법의 경우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만 15차례 열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 심사도 정무위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이후에도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라는 두 개의 문턱을 더 넘어야 한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