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추경안 ‘골든타임’ 넘기면 안돼”

입력 2013-04-17 18:11 수정 2013-04-18 08:12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의료계에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경제에도 골든타임이 있으니 의원들이 노력해 달라”며 추가경정예산과 4·1 부동산 대책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골든타임은 중환자가 응급치료를 받고 생존할 수 있는 시간대를 의미하는 의료계 용어다.

의원들은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업무에만 매달려서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이 안 좋으면 좋은 의사결정을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추경은 시기가 중요하니까 법안이 여야 합의로 빨리 통과되는 것이 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추경의 조속한 처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한 의원이 “추경에 대해 세입을 몇 조원 정도 낮추더라도 세출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야당 측 의견에 일리가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논의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시라”고 답했다. 앞서 여야는 오전 국회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여·야·정 협의체 회의를 열어 세입 예산을 12조원에서 10조원으로 축소해 세출 예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공약한 것은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여당 의원이 “요즘 투자가 부진하고 일자리가 잘 늘지 않는데 경제민주화를 조급히 서둘러선 문제”라는 취지로 건의하자 “제가 완급을 조절할 것이라고 야당이 오해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거듭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대기업을 때리고 옥죄고 벌주고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은 자제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 인근 비서실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청와대에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및 9명의 수석비서관이, 당에선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은 청와대 비서진과 여당 원내지도부 간 소통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원내대표단으로 구성된 국회 운영위원회가 18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허 실장은 새 정부의 잇따른 인사파동에 대해 “국민에게 걱정 끼쳐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고, 의원들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쨌든 임명됐으니 잘해서 우려를 불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