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폭탄 테러] 전전긍긍하는 미국 내 무슬림

입력 2013-04-17 18:06

미국 내 무슬림들이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수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대해 자생적 극우세력에서 이슬람권 테러조직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번 사건이 무슬림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2001년 9·11 테러 이후 또다시 무슬림들이 비난과 보복의 표적이 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폭스뉴스의 고정 해설자인 에릭 러시는 트위터에 “모든 사람이 국가 안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더 많은 (최초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을 미국으로 데려와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트윗의 진의가 보스턴 테러의 주범으로 무슬림을 지목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맞다. 그들(무슬림)은 악마다. 그들 모두를 죽이자”고 답했다.

미·이슬람 관계협회 이브라힘 후퍼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많은 비난성 욕설 전화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그저 수사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고 토로했다. 보스턴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의 제조법과 스포츠 행사를 표적으로 삼으라는 테러리스트 아부 무자브 알수리의 권고문이 알카에다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점도 무슬림들에게는 걱정거리다.

사회정책연구소(ISPU)의 사하르 아지즈는 “무슬림들은 이미 테러리스트로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으로 밝혀지면 미국 내 무슬림들은 다양한 형태의 증오범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무슬림형제단의 지도급 인사인 에삼 엘 에리안은 아랍어로 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스턴 테러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누가 독재와 가난으로부터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