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폭탄 테러] ‘압력솥 폭탄’ 경고 잇따랐는데… 구멍 난 美 테러대책
입력 2013-04-17 18:06 수정 2013-04-17 22:06
미국 보안당국과 군당국이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압력솥 폭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보안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시사주간 타임의 온라인판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2004년과 2010년 산하기관에 내려 보낸 메모를 통해 압력솥 폭탄의 제조과정과 위험성을 지적했다. 2004년 메모는 압력솥 폭탄이 솥 안에 TNT나 기타 폭발물을 채워 넣고 뚜껑 부분에 설치된 디지털시계나 휴대전화 등을 기폭장치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당시 압력솥은 주방도구이기 때문에 통관 검사에서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0년 메모에서는 “압력솥은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는 만큼 빌딩 로비나 사람이 붐비는 거리 모퉁이에 놓인 압력솥은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뒤인 지난해 7월에는 국방부의 마이클 바베로 중장이 나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사용되는 급조폭발물(IED)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압력솥 폭탄은 압력솥을 이용한 일종의 IED다. 바베로 중장의 경고가 나온 지 1년도 안돼 보스턴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어진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스턴 도심 거리에 버려진 압력솥은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압력솥 폭탄은 1990년대 네팔 내전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지금까지도 남아시아 지역의 산악지대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는 물론 프랑스와 인도까지 전파됐다.
압력솥 폭탄이 미 본토에 등장한 것은 2010년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테러를 감행하려다 체포된 남성이 압력솥 폭탄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해 국토안보부의 경고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에는 미 육군의 나세르 제이슨 앱도 이병이 텍사스주 포트후드 영내에서 압력솥 폭탄을 터트리려다가 체포됐다. 앱도 이병은 알카에다의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에 올라온 ‘압력솥 폭탄 제조법’ 기사를 통해 제조방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압력솥 폭탄과 같은 IED는 정교한 군용 폭탄과 달리 적은 돈으로 손쉽게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미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 전장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도 바로 IED였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계기로 이제 미국 도심에서도 IED를 이용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타임은 “압력솥 폭탄과 같은 IED의 위험성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