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폭탄 테러] 희생 8세 소년 마틴 “폭력은 안돼요” 강조했는데…
입력 2013-04-17 18:02
희생자 세 명은 힘겹게 마라톤을 완주한 이들이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순간의 환희를 함께 누리고 싶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숨진 이들의 뒤에는 슬픔에 싸인 가족과 친구들이 남았다.
마틴 리처드(8)군의 가족들은 매년 보스턴 마라톤을 찾아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완주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폭탄이 터진 15일도 마찬가지였다. 마틴은 숨졌고, 어머니 데니스와 여동생 제인은 각각 머리와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 CNN은 당초 마라톤 참가자로 알려졌던 마틴의 아버지 빌이 관람을 위해 대회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최연소 희생자 마틴이 최근 열린 학교 퍼레이드에서 ‘더 이상 폭력은 안 돼요(No more hurting people)’라고 쓴 배너를 들었던 사진이 전해지자 미국 전체가 숙연해졌다. 하트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에는 어린이다운 서툰 글씨로 쓴 ‘더 이상 폭력은 안 돼요’와 함께 ‘평화’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어린이는 자신이 쓴 글과는 가장 상반된 방식으로 생을 마쳤다.
마틴의 아버지 빌은 큰아들 헨리(12)와 함께 아내와 딸의 회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을 향해 “우리 가족이 마틴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웃 제인 셔먼(64)은 마틴이 “정말 활발한, 보통의 미국 아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스토랑 매니저 크리슬 캠벨(29)의 부모와 친구들은 두 번 가슴을 쳐야 했다. 사고 당일인 15일까지만 해도 ‘크리슬이 다치긴 했지만 살 수 있는 상태’라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이튿날 이미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라톤 관람을 위해 동행했던 친구가 현장에서 크리슬의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바람에 병원 관계자들이 둘의 신원을 착각한 것이다. 크리슬의 어머니 패티는 “크리슬은 최고의 딸이었다. 크리슬보다 더 좋은 딸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할머니 릴리안도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 좋아했는데…”라며 망연자실했다. 크리슬 역시 매해 보스턴 마라톤을 찾아 결승선 관람을 즐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사망자는 보스턴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중국 유학생 뤼링쯔(呂令子·여)다.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인들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뤼링쯔는 생전 중국판 페이스북인 런런왕(人人網)에서 학업에 관한 강한 열정을 보이는 글을 남기기도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여학생은 친구 두 명과 함께 마라톤 대회를 구경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두 친구도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