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폭탄 테러] 이라크戰 아들잃은 이민자 “아들같은 청년 구조”
입력 2013-04-17 18:02
비극의 이면에는 용기 있게 구조작업을 펼친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이들 ‘작은 영웅’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에서 적지 않은 목숨을 살리며 미국 전역에 감동을 줬다고 현지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중 카를로스 아레돈도는 개인의 비극을 딛고 사건에 용기 있게 대처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코스타리카 이민자 출신인 그는 이번 테러 희생자 못지않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아레돈도는 9년 전 이라크 전장에 나간 아들 알렉산더를 잃었고, 또 다른 아들 하나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CNN은 알렉산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레돈도가 몸에 기름을 뿌려 분신자살하려다 화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화상에서 회복한 뒤로 아레돈도는 반전(反戰) 활동가가 됐다.
보스턴은 8년여 동안 아들의 유품을 갖고 반전운동을 하며 미 전역을 떠돌아다닌 아레돈도가 우연히 거치게 된 곳이다. 폭발이 일어났을 때 그는 관람객들에게 성조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굉음과 소리 지르는 사람들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은 아레돈도는 침착하게 부상자 구조에 나섰다.
그곳에서 아레돈도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젊은이 하나와 마주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는 단번에 아들들을 생각나게 했다. 아레돈도는 옷을 이용해 지혈하면서 청년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말을 거는 데 정신을 집중했다. “앰뷸런스가 오고 있고 괜찮을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어요.” 아레돈도는 온 힘을 다해 앰뷸런스로 달려갔고, 결국 청년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아레돈도의 활약은 현장을 찍은 비디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의사인 비벡 샤는 폭발 지점으로 달려가 응급구조 활동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첫 번째 폭발음을 들었을 땐 불꽃놀이가 잘못 발화된 것인지 테러인지 헷갈렸지만, 두 번째 폭발에는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뒤이어 든 생각은 함께 온 가족들이 폭발음이 들린 지점 인근에 있다는 것이었다. 정신없이 달려갔지만 그가 찾은 건 가족이 아니라 생명이 위독한 낯선 부상자들이었다.
“그리로 가니 (저 말고도) 수없이 많은 의사들이 서로 돕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비극에 그렇게 빨리 대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부상자들을 위해 앞다퉈 헌혈하는 풍경도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각 언론사는 지면과 방송화면을 할애해 헌혈에 동참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