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에 사용된 폭발물은 압력솥을 이용한 가장 ‘기본적인(rudimentary)’ 형태의 폭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알카에다 테러리스트가 지난해 미국 내 테러 대상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권고했던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리처드 데스로리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지부장은 1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폭발물을 넣은 6ℓ짜리 압력솥들이 검은색 배낭에 담겨 결승선 주변에 놓여 있었다”면서 “배낭에는 금속, 못, 쇠구슬인 볼 베어링도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폭탄에 대해 할인점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압력솥에 폭약과 기폭장치를 뭉쳐 넣은 단순한 디자인이라고 전했다. 다만 볼 베어링, 못 등을 압력솥에 첨가한 것이 살상력을 크게 높여 사망자 3명과 18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는 것이다. 경찰 당국은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의 뚜껑과 전자회로 장치 일부를 수거해 분석 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압력솥을 이용한 폭탄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들을 대상으로 자주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압력솥 폭탄은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압력솥이라는 단서만으로는 이번 테러를 자행한 범인이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단정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2010년 사우디아리바아와 예멘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발행하는 인터넷 영문잡지 ‘인스파이어’ 창간호에 압력솥이나 쇠파이프를 활용한 폭탄제조법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또 아부 무자브 알수리라는 테러리스트는 지난해 이 잡지 기고를 통해 미국 내 지하디스트들이 삼을 민간인 대량살상 표적으로 스포츠 경기장, 소셜 이벤트, 국제전시회, 시장, 높은 빌딩 등을 꼽았다.
한편 16일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미시시피) 앞으로 독극물 편지가 배달됐다”고 밝혔다. 이 편지에는 맹독성 물질인 리신이 묻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보스턴을 방문해 폭탄테러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위한 연합예배에 참석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보스턴 테러 폭발물 압력솥 이용한 폭탄
입력 2013-04-17 17:58 수정 2013-04-18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