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교동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던 A씨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내라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집주인은 “왜 월세를 내지 않느냐. 70만원도 못 내냐”고 다그쳤다. 전세 보증금 8000만원을 내고 들어온 A씨는 이상하게 생각해 부동산에 확인해보니 자신의 전세 계약은 위조된 것이었다.
A씨는 이 오피스텔에 입주해있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계약을 했었다. 당시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난 강모(56·여)씨는 자신이 관리사무실 이사이고 부동산 실장이라고 소개했다.
강씨는 당시 “중개사가 약속이 있어 미리 계약서를 작성해 놨다”며 명함을 건넸고, 계약서에 공인중개사의 도장이 찍혀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와 같이 월세 독촉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이 나타났고, 이들이 강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기행각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2년 분양 때부터 이 오피스텔의 관리사무실 이사를 맡아 주로 외국에 거주하는 소유주들의 대금수령 권한을 위임받아 관리를 대행해 왔다. 강씨는 소유주가 월세로 내놓은 오피스텔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소개한 뒤 보증금을 빼돌리고 소유주에게는 자신이 직접 월세를 입금했다. 강씨는 사무실이 영업 정지를 당하자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김모(66)씨를 불러 건당 15만원을 주기로 하고 계약서 작성과 자필 서명을 하도록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런 식으로 8명의 세입자에게 보증금 6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강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강씨를 도운 공인중개사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계약 건수가 너무 줄어 유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집주인 몰래 월세를 전세로 속여 8명에 6억원 가로챈 부동산업자
입력 2013-04-17 17:57 수정 2013-04-18 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