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年 6천억 규모 中企에 개방
입력 2013-04-17 17:58 수정 2013-04-17 22:09
현대자동차그룹이 물류와 광고 분야에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줄이고 모두 6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서 탈피하려는 자발적인 첫 시도로 평가된다. 이는 경제민주화 논의 속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격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7일 “올해 물류 분야 발주 예상 금액의 45%인 4800억원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그동안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완성품과 부품 등을 나르게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1.88%를, 정몽구 회장이 11.51%를 소유하고 있다. 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 후 물류업계 강자로 부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45.18%다. 국내 물류사업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82.0%나 된다.
현대차는 광고 분야에서도 올해 발주 예상액의 65%인 1200억원을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현대차 광고를 수의계약으로 맡아온 계열사 이노션에 앞으로 일감을 덜 주겠다는 뜻이다. 이노션은 내부거래 비중이 47.69%다. 이노션은 정 회장 가족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대차는 아울러 가칭 ‘경쟁입찰심사위원회’를 주요 계열사에 신설해 입찰에서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가 심사위에 참여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산업진흥재단’을 만들어 새로 사업자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물류 노하우를 전수해줄 계획이다.
현대차는 건설, 시스템통합(SI) 등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이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경쟁입찰을 늘려갈 방침이다.
현대차의 이번 발표는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으로 해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총수가 부정 내부거래를 유도하거나 관여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보안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차 및 개조차의 광고 제작 등은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류 분야에서도 완성차와 철강제품 운송은 전국적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고 운용에서 전문성도 요구돼 현재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