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사제폭탄’ 치면 제조법 주르륵

입력 2013-04-17 17:55


일반인이 직접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보스턴마라톤 테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이프 폭탄(압력솥 폭탄)’ 제조법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7일 포털 사이트 구글에 ‘질산칼륨 폭탄’을 입력했더니 첫 페이지에 ‘폭탄 만들기’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클릭하니 ‘폭탄.txt’라는 제목의 파일이 떴다. 폭탄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찾는 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문서에는 각종 사제 폭탄 제조법이 필요한 재료와 함께 상세히 담겨 있었다. 방수 폭탄, 스모그 폭탄, 네이팜탄, 비료 폭탄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 글 마지막 부분에는 ‘진짜 위험하다. 만들다가 죽을 수도 있다. 안 만들겠다고 맹세하는 사람만 이 제조법을 보라’는 경고문도 적혀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폭탄 제조법’에 대한 검색이 차단돼 있고, 글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검색어를 다르게 입력하니 곧바로 관련 글이 나타났다. 다음의 한 카페에 올라온 폭탄 제조법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폭발을 봐도 놀라지 않을 담대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파이프 폭탄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적어 놓은 네이버 블로그에는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실제로 인터넷을 보고 사제 폭탄을 만들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3월엔 중학생 김모(15)군이 인터넷을 보고 폭탄 제조법을 익힌 뒤 직접 만들어 폭파 실험을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김군은 무기 관련 카페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폭탄 제조 ‘비법’을 상세히 적었고 직접 만든 폭탄을 터뜨리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폭발물 제조법 수십 가지를 2001년부터 꾸준히 인터넷에 올린 40대 남성들도 같은 달 불구속 입건됐다.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에 따르면 일반인은 폭탄을 소지하기만 해도 불법이다. 폭탄을 만드는 순간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폭발물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려도 폭발물사용선동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폭탄 재료인 화학물질 거래에 대한 규제나 처벌 근거는 없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폭발물 재료를 동네 문방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을 이용한 사제 폭탄은 테러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폭발물 제조법이나 폭파실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만 해도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