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꼬인 개성공단, 더 멀어진 대화

입력 2013-04-17 17:58 수정 2013-04-17 22:15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기업협회의 방북 성사 여부가 개성공단 사태를 풀 수 있는 단초로 봤다. 민간업체의 방북과 함께 당국 간 대화로 개성공단 정상화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협회 방북이 17일 무산됨에 따라 정부의 구상이 첫 단계부터 흐트러졌다. 개성공단 사태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로 통행제한 보름째를 맞은 개성공단 사태는 현재로선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존엄’을 핑계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어불성설이다. 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개성공단 사태가 ‘제2의 금강산 관광’ 국면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되자 북한은 2010년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했다. 그리고 남측 체류 인원마저 추방시켰다. 북한은 현재 우리 측 재산을 임의로 사용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공단을 완전 폐쇄해 남측 자산을 동결시킨 후 공장 등의 시설을 임의 사용해 수출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이에 대비해 남북협력기금과 경협 보험을 통해 입주기업 피해를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2의 금강산 관광 사태로 갈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부분이 숙박시설인 금강산의 경우 관광이 재개되면 정비 후 시설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개성공단 공장은 가동이 장기간 중단되면 공장 자체를 아예 못쓰게 될 수 있다.

정부의 대북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일단 정부는 ‘정공법’을 택했다. ‘원칙 없는 타협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한 외교사절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위협과 도발을 하면 또 협상을 하고 지원을 하고, 위협과 도발이 있으면 또 협상과 지원하는 악순환을 우리는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를 일관되게 내면서 그런 메시지를 전할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서느냐, 아니면 고립으로 가느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적 해결 움직임도 보인다. 정부는 5월 초 박 대통령 방미 전후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중국 등을 방문해 대북 설득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