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기만의 극치”라고 반박하며 핵보유국 대우를 받기 전에는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핵개발을 자위권으로 정당화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학봉 주영 북한대사는 최근 영국 공산당 초청 연설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지금으로선 한반도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 대사는 북한 외무성에서 미국국 부국장과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고위급 인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우리의 핵 동력 공업 발전과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조치는 그 어떤 국제적 의무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며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특히 미국이 해마다 키 리졸브, 독수리연습 등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였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핵 선제타격 대상에 올려 공동성명 1항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날 양국 해병대가 독수리연습 일환으로 포항 일대에서 연합상륙훈련(쌍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시작된 훈련은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3사단 등 해병대 병력 3000여명이 참가해 다음 달 5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다. 정승조 합참의장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18일 오후 제37차 군사위원회회의(MCM)를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지휘구조와 북한의 도발 위협 대응책을 논의한다.
한편 정부는 연일 도발적 문구를 써가며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이례적으로 품격 있는 행동과 언사를 주문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북한이 우리에게나 국제사회를 향해서 하는 주장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주장이지만, 표현 자체도 차마 말하기 민망할 정도라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품격 있는 언어를 통해 품격 있는 행동과 처사를 하는 것이 기본적 도리”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앞서 ‘능지처참해도 시원치 않을 천하의 악행’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서울 한복판에서 최고 존엄 모독행위를 감행한 것은 노골적인 선전포고”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인 15일 남측 보수단체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이 붙은 모형을 불에 태운 퍼포먼스에 대한 비난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현학봉 “北, 핵 보유 자랑스러워… 한반도 비핵화 불가”
입력 2013-04-17 17:57 수정 2013-04-18 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