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84% 블랙컨슈머 부당요구 그대로 수용

입력 2013-04-17 18:10

모피 코트를 생산하는 중소 의류업체 A사는 최근 겨울 내내 입은 모피 코트를 실밥이 느슨하게 제봉돼 있다며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매일 회사로 전화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결국 전액 환불해줬다.

홈쇼핑에서 냉동만두를 판매하는 중소업체 B사는 “제품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며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비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결국 원하는 만큼 보상해줬다. 홈쇼핑사에 신고해 더 이상 판매를 못하게 하겠다는 끈질긴 협박을 이기지 못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보상금 등을 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중소기업 203곳을 대상으로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83.7%가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응답은 14.3%에 그쳤고, ‘무시한다’는 2.0%였다.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기업들은 ‘이미지 훼손’(90.0%)을 꼽았다. ‘블랙컨슈머의 악성 민원 제기, 분쟁이나 소송 등이 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답한 기업도 33.0%로 조사됐다.

악성 민원의 유형으로는 ‘제품 사용 후 반품·환불·교체요구’(58.6%)가 가장 많았다. 이어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의 무상수리 요구’(15.3%), ‘적정 수준을 넘은 과도한 금전적 보상 요구’(11.3%), ‘인터넷, 언론에 허위사실 유포 위협’(6.0%)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문제 발생 시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 대신 객관적인 사실을 먼저 규명하는 사회풍토가 정착돼야 한다’(49.8%)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