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사·신규사업 올스톱… 한화, 경영시계 멈췄다
입력 2013-04-17 17:47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이라크 출장 직후 “이라크 총리와 만나 태양광 사업을 비롯한 추가 사업들에 대해 논의했고, 조만간 깜짝 놀랄 만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라크에서 추가 수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5월 국내 건설 사상 최대인 80억 달러(약 9조원)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한화가 또 ‘수주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라크는 누리 알 말리키 총리 연임 이후 정세가 안정되고 증가한 원유생산량과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1차 5개년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화건설이 이라크 정부와 협의 중이던 발전·정유시설과 태양광사업 등 추가 수주는 답보 상태다. 이는 지난해 8월 김 회장의 법정구속 후 이어진 경영 공백 상태와 무관치 않다. 이후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됐지만 멈춘 경영시계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한화건설 측은 17일 “10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재건 사업을 추가 수주할 경우 연인원 73만명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으며 2017년까지 진행될 개발계획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수주에서 선점 효과까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터키, 중국 등의 100여개 업체들이 현재 이라크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한화건설 측은 추가 수주를 위해서는 김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김 회장은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며 100여명의 ‘이라크 TFT’를 운영토록 하고, 수차례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는 등 신도시 공사 수주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4월 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개최된 ‘한·이라크 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일행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소개하는 한화건설의 영상이 나오자 “한화, 퍼스트(First)!”를 연발한 후 김 회장의 안부를 묻고 쾌유를 기원하는 등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면서 2·3단계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경쟁국 건설사들에 이라크 재건시장의 선점효과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이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1심보다 줄어든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실형상태가 유지되면서 한화건설뿐 아니라 한화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도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이다.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에는 시스템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고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현재 투자·인사·채용 등에 관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화가 프로야구에서 13연패의 늪에 빠진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야구까지 안 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