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대기업 “손톱 밑 가시 우리도 있다”
입력 2013-04-17 17:49
대기업 내부에서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촉발되면서 대기업들이 마치 정부로부터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게 항변의 요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7일 “‘손톱 밑 가시’는 중소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기업들에 피해를 주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일컫는 표현인 ‘손톱 밑 가시’가 중소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중소기업만큼이나 잘못된 제도나 관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동일한 행정업무의 반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경·안전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담당자들이 고용노동부, 환경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에 불려 다니느라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서 “정부가 환경·안전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여러 다른 부처를 돌아다니며 똑같은 답변을 앵무새처럼 하고 다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비슷한 자료 제출 요구가 너무 많다”면서 “정부도 ‘원스톱 서비스’나 다른 기관과의 협조체제를 만들어 같은 일을 매번 반복하는 번거로움을 좀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톱 밑 가시’가 더 무섭다. 최근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치권의 제재 방안이 논의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다른 제품을 억지로 사다 쓰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된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계열사 제품이 뛰어나더라도 혹시 문제가 될까봐 품질이 확인되지 않은 다른 회사 제품을 공급받기도 한다”면서 “가장 질 좋은 제품을 가장 싼 가격에 산다는 경제학의 기초논리마저 무시되는 게 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