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른 1급 장애인 “1년중 오늘이 가장 행복”

입력 2013-04-17 17:41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봄꽃이 피기 시작한 야트막한 산 중턱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는 70여명이 함께 부르는 찬양 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자연 속에서 예배를 드린 이들은 김포교통의 ‘갈릴리선교회’ 회원 30여명과 서울 공항동 소재 중증장애인시설 ‘샬롬의 집’ 장애인들 및 자원봉사자 40여명이다. 장애인들은 김포교통 이지수(33·여) 사목의 인도에 따라 큰 소리로 찬양을 따라 불렀다. 1∼2급 장애인들의 찬양은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았지만 진실한 마음은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봄나들이 나선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설렘이 묻어났다.

뇌병변 1급 장애인 이석훈(39)씨는 “1년에 한 번 정도 교외에 나오는데, 오늘 같은 날이 1년 중 가장 행복하다”며 “(몸이) 성한 사람들은 봄이면 산이나 들에 놀러 다닐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샬롬의 집 박기순(53) 원장은 “장애인들은 야외에 한번 다녀오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나들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자주 데리고 나올 수 없어 늘 미안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포교통은 고 이주식 목사가 1970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한 운수회사다. 전체 직원 250여명 가운데 220여명이 선교회에 소속된 ‘갈릴리선교회’도 회사 설립과 함께 탄생했다. 3년 전부터 샬롬의 집과 인연을 맺은 선교회는 매월 한 차례 샬롬의 집을 찾아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또 매년 4월이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함께 야외예배를 드렸다.

선교회는 샬롬의 집 봉사 외에도 월 1회 지방자치단체 추천을 받아 독거노인 등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소외계층의 집수리를 해 왔다. 부활절에는 승객과 지역주민에게 ‘부활절 달걀’과 다과를 대접한다. 선교회 정중용(47) 회장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족과 같은 승객 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샬롬의 집은 현재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2년여 전부터 후원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뇌병변 지체장애 지적장애 중복장애 등 1∼2급 장애인 25명이 모여 살고 있는 샬롬의 집은 월 1000만원 정도의 운영비가 필요한데 계속 적자에 시달라고 있다. 냉·난방비가 급증하는 겨울과 여름에는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박 원장 본인도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라 후원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샬롬의 집에는 30여명의 개인후원자와 20여곳의 교회 및 선교단체가 후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박 원장은 “몇 년 내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눈가를 붉혔다.

김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