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눈에 비친 사랑과 일탈의 로마
입력 2013-04-17 17:34
새 영화 ‘로마 위드 러브’
유럽 여러 도시를 돌며 영화를 찍고 있는 미국의 우디 앨런(78) 감독이 이번엔 이탈리아 로마를 스크린에 담았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어 올해 ‘로마 위드 러브’를 내놓았다.
앨런 감독은 로마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도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라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의 눈에 비친 로마는 사랑과 환상, 낭만과 일탈이 가득한 곳이다.
여행을 하다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좋아했던 스타를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평범했던 소시민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벼락 스타가 되기도 한다. 영화는 네 가지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유명한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로마에 들렀다가 젊은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만나 그의 연애에 참견하게 된다.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잭의 집에 여자친구의 친구인 모니카(엘런 페이지)가 놀러오고 잭은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끌리며 여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운다.
시골에서 결혼해 로마에 정착하려는 신혼부부 안토니오와 밀리는 일자리를 소개해줄 삼촌을 만나기로 한다. 밀리가 미용실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은 사이 호텔방에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가 방을 잘못 알고 들어와 해프닝이 벌어진다.
극히 평범한 남자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어느 날 아침 집을 나서는데 기자들이 몰려와 마이크를 들이댄다. 영문도 모른 채 스타가 된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유명인의 삶을 괴로워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로마에 여행을 온 헤일리(앨리슨 필)는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 미켈란젤로에게 길을 물어봤다가 그와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까지 약속하고 상견례를 위해 헤일리의 부모를 로마로 부른다. 헤일리의 아버지 제리(우디 앨런)는 은퇴한 오페라 감독으로, 미켈란젤로의 아버지가 샤워를 하며 오페라를 멋지게 부르는 걸 듣고 그를 무대에 세우려 한다.
네 가지 에피소드가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은 앨런의 기발한 연출솜씨 덕분이다.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와 캄파돌리오 광장, 포폴로 광장, 바티칸 박물관, 보르게세 공원, 베네토 거리 등 로마의 명소들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야기의 밀도와 참신성이 앨런의 전작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