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영철] 공공병원이 나아갈 길
입력 2013-04-17 18:35
공공병원인 경남 진주의료원에 대한 폐업 논란이 한창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동안 적자가 지나치게 누적되고 경영개선의 여지가 없으니 폐업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서민들은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고 그 비용을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민간병원처럼 흑자를 요구하는 것은 공공의료의 현실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저소득층의 필수 의료를 담당하면 적자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폐업 논란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근로복지공단에서도 공공병원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위한 산재병원이다. 산재병원은 산재환자의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춘다. 산업재해로 몸을 다친 근로자는 아픈 것이 다 나았다고 직장에 바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운동 능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더 이상 호전되기 어려운 장애가 남을 수 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기도 한다.
운동 능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충분한 기능이 회복되도록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장애가 남았다면 다른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회생활을 할 때 불편함이 최소화되도록 한다. 사고의 기억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는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반 병원에서는 이런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수익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시장에서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를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경영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공공의료기관이 적자가 나는 이유는 이렇게 설명이 된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공공병원은 특정한 계층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찾을 수 있는 기관이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국민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렇다면 병원에 보다 많은 일반 환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그렇다 쳐도 일반 환자들이 많이 찾아주면 그만큼 병원 수지는 나아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민간병원과 비교해서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료 시장의 변화와 고객 요구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늦는 것은 아닌지, 불필요하게 관행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같은 탄력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요구되는 것은 민간병원과 같이 재정 수입에 열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병원의 규모와 시설에 맞게 적정한 환자를 돌보면서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최선일 것이다.
공공병원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망이다. 전염병이나 국민건강과 관련된 국가재난 시기에는 중요한 보건인프라가 된다. 1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 사태나 신종플루가 만연했을 때처럼 국가의 예방대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수는 외국 여러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민간부문의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는 만큼 공공병원은 늘지 않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의료가 혹시 방만한 경영, 또는 고객에 대한 소극적인 서비스로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