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송원근] 추경과 국채 발행의 명암

입력 2013-04-17 18:43


“정부지출과 복지지출 증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어 신중해야”

정부가 세수 부족과 경기 부양을 이유로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편성됐던 슈퍼추경 이후 최대 수준이다. 벌써 여야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경의 시기와 규모, 그리고 추경의 투입 분야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세입 보전과 부동산 대책에 쓰이는 부분을 제외하면 서민경제 활성화나 경기 부양에 투입되는 추경 예산의 규모가 너무 작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추경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경의 특징은 그 규모가 역대 두 번째로 크다는 점과 대부분 국채 발행에 의해 조달된다는 점이다. 추경 예산은 이전에는 주로 풍수해와 같은 자연재해 복구를 위해 편성됐고 경기진작을 위해 편성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극복 목적의 2009년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추경 예산이 이번에 편성된 것은 정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추경이 경기부양에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2009년의 경험을 참조할 수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나타나자 정부는 대규모 추경 예산을 편성해 정부지출을 늘렸다.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던 2009년의 성장률은 0.3%를 기록했고 이는 적시에 정부지출을 과감하게 증대시킨 데 기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융위기에 따른 원화가치 급락,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 외환위기 이후 수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으로 2009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급증한 것이 경기침체를 극복한 원동력이었지만 슈퍼추경과 같은 대규모 정부지출도 경기급락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황기에 추경과 같은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정책의 타이밍이 문제가 된다. 정부가 추경의 필요성을 인식해 정책을 수립·실행한 후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만약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호전되고 추경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국내 경기 부진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의 부작용을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시차와 예측의 한계는 분명히 추경의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정부 전망과 예측의 한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2013년도 예산 편성과 추경 편성 과정에서 정부의 경제전망의 문제점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올해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2013년 1월이고 당시 예산안은 2013년 실질GDP 성장률 3.0% 전망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후 대내외적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것도 아니었으나 정부는 경제전망의 변화를 이유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이런 행태는 정부의 경제전망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켜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경제의 불안정성은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추경이 대부분 국채 발행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도 명암의 양면성을 지닌다. 증세에 의한 재원조달은 민간의 소비·투자 여력을 줄여 경기회복에 역행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반면 국채 발행은 시장금리를 높여 민간의 투자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문제는 추경과 같이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과 더불어 예정된 복지지출의 증대가 지속된다면 국채 발행의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될 것이고 이에 따라 구축효과와 재정건전성 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런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뇌를 엿볼 수 있지만 국회에서 부정적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