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활짝 핀 연기력… “열등감이 성장 밑거름”

입력 2013-04-17 17:26


제2 전성기 누리는 배우 김성령

요즘 배우 김성령(46)이 등장하는 한 TV 광고엔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40대 중반, 여자에겐 갱년기의 시작. 그녀에겐 전성기의 시작.’

단순한 선전 문구로 여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김성령은 요즘 ‘전성기의 시작’, 그 출발선에 서 있는 듯하다. 지난해 ‘추적자’(SBS)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하더니 최근 종영한 ‘야왕’(SBS)을 통해 그는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한 리서치 업체가 진행한 설문에서 김성령은 고소영(41) 이영애(42) 등 쟁쟁한 톱스타들을 제치고 ‘40대 최고 여배우’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흔을 넘긴 여배우가 이처럼 뒤늦게 인기를 끄는 건 흔치않은 일이다. 그는 어떤 매력 때문에 늦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걸까.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김성령을 만났다. 그는 “인기가 많아져 나 역시 요즘 혼란스럽다”며 웃음을 지었다. “왜 이제야 인기를 얻게 된 건지 자문해보지만 답을 못 찾겠어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계속 노력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저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자격지심을 품고 살았거든요. 열등감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 셈이죠.”

알려졌다시피 김성령은 1988년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되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26년차 중견 배우다. 하지만 데뷔 초기를 제외하면 상당수 작품에서 조연을 맡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는 지난 2월 토크쇼 ‘힐링캠프’(SBS)에 출연했을 때 “조연만 26년째다. 주인공을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힐링캠프’에 출연하고 저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죠. 하지만 당시 전 조금 우울했어요. 나이 마흔 넘어서 연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 게 참 부끄럽더라고요.”

최고 시청률이 25%를 웃돈 화제작 ‘야왕’에서 김성령이 맡은 역할은 전작인 ‘추적자’와 같은 재벌가 자녀 역이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화려한 이미지가 배역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그는 브라운관 속 모습과 거리가 멀다. 카메라 앞을 벗어난 김성령은 각각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둘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일 뿐이다. 그는 “40대 여배우 중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는 고소영 김남주 등과 달리 난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너무 화려하기 비춰지다보니 집에서도 실크 가운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에요(웃음).”

김성령은 ‘막장’ 논란에 휩싸였던 ‘야왕’에 대해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촬영 일정이 빡빡해 (작품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왕’은 자신에게 ‘생일’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생일을 맞은 것처럼 제게 인지도와 인기 등 많은 선물을 안겨준 드라마예요.”

김성령은 다음 달 7일 첫 방송되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버라이어티쇼 ‘스토리온 우먼쇼’에서 MC를 맡는다. 그는 “40대가 된 만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단 생각에 진행자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