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인 ‘코끼리 감독’
입력 2013-04-17 01:52
“개막전에 마무리를 실패한 이후 경기가 꼬였다. 어이없는 플레이가 속출했고, 오늘도 그랬지만 바로 따라가서 이길 수 있었다. 그동안 지켜봐준 우리 팬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 승리를 평생 잊지 않겠다.”
김응용(72) 한화 감독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냉철한 승부사로 유명한 김 감독이 힘겨웠던 13연패를 끊은 뒤 기어이 눈물을 보인 것이다. ‘코끼리’ 감독도 삼성 사령탑이던 2004년 10월 4일 이후 3117일 만에 맛본 승리의 감격 앞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 10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해태·삼성 감독 시절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날 김 감독의 눈물은 야구팬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특히 한화의 승리를 누구보다 고대했던 한화 팬들은 “감독님 멋있었요” “울지 마세요”라며 힘껏 소리쳤다. 김 감독은 “고작 1승한 것 뿐인데 한국시리즈에서 이긴 것 같다”면서도 “울만 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승리로 프로 통산 1447승째를 챙긴 김 감독은 “그간 너무 많이 패하면서 ‘이게 야구구나’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며 “오늘 승리로 앞으로 꼬인 경기는 덜 치를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선수들이 스스로 삭발도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연패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감독이 잘못해 경기에서 지는데 선수들이 고생했다”며 승리의 기쁨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날 승리의 주역 김태균은 인터뷰 도중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후배들이 주장을 잘못 만나 이런 고생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날 13연패 탈출이라는 큰 짐을 덜어낸 한화 선수단은 너나 할 것 없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하이파이브를 한 뒤 다소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