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4대강 사업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필요하면 야당 추천 인사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단 18명을 초청해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경제민주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 여부에 대해선 “너그럽게 봐 달라”는 말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제민주화 반드시 실천하겠다”=박 대통령은 2시간 정도의 만찬에서 경제민주화 부분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 박 대통령은 의원들이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서 후퇴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경제민주화 의지는 확고하고 또 공약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중소기업 문제뿐만 아니라 하도급 업체들도 챙겨보고 있다. 경제 주체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만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도가 넘은 역작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 하도급 불공정 분야를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반면 지배구조 개선 등은 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뉘앙스로 들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가 해당 분야에 일가견이 있고 해양수산 분야에서 드문 여성 인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실망을 많이 드렸지만 너그럽게 생각해주시는 점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야당의 이해를 당부했다. 참석자 가운데 8명이 윤 후보자 임명 철회 문제를 계속 제기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냥 경청하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해 “사실을 중심으로 해야 수습책이 나온다. 내가 관심 있게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또 의원들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지적하자 “국정원장이 새로 바뀌어서 개혁하려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며 “국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통해 부족한 점은 지적해 달라”고 했다.
◇“남북대화 비선라인 활용하지 않겠다”=박 대통령은 의원들이 남북대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대북 대화 창구가 필요한데 여기 저기 줄을 대려는 사람이 있으나 그 사람들이 어떤 정부 사람들인지 알 수 없어 비선라인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을 통해 풀어가겠다”고 했다. 또 “대화 기회가 있으면 야당의 남북대화 경험도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향후 남북 정상회담 또는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참석자는 “비선라인을 통하지 않고 공식 라인을 통해 북측과 접촉하겠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대통령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안보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의원들이 “개헌을 정권 초기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민생이 어렵고 남북 관계가 불안한데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선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당초 청와대가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자 오전까지만 해도 만찬에 불참하려 했으나 청와대가 당장 이날에는 임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해와 만찬에 응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한편 박 대통령은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한 오찬에서는 대선 때 발표한 지역 공약과 관련해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지역 공약들은 많은 재정 소요가 필요하니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추진하는 게 좋을지 국정기획수석실쪽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7일에는 정무위 소속, 18일에는 법제사법위 및 안전행정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식사정치’를 이어간다.
손병호 백민정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
朴대통령 “남북 대화 하더라도 비선라인 활용 안겠다”
입력 2013-04-17 01:36 수정 2013-04-17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