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곤두박질 12년 상승세 끝?

입력 2013-04-16 19:08


지난 10여년 동안 찬란했던 금빛이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이제 금을 팔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5일(현지시간) 금 4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에 비해 온스당 140.40달러(9.4%) 떨어진 1360.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30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금값 폭락의 일차적 원인은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로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는 탓이다. 중국발 악재에 금 이외에 원유와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과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2.58달러(2.8%) 내린 배럴당 88.71달러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265.86포인트(1.79%) 떨어진 1만4599.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금값의 하락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버블’이 터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금은 지난 12년 연속 오르면서 500% 이상 상승했고 2007년 이후에만 116%나 올랐다. 금은 전통적인 인플레이션(화폐 가치 하락)의 헤지 수단이었다. 최근 몇 년간 금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를 기반으로 상승해 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돈을 풀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 아래에서 제동이 걸려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이후 금값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재정난에 빠진 키프로스가 보유하고 있는 금을 대거 매각하기로 한 데다 그동안 금을 대거 사들여 왔던 인도와 중국의 수요가 주춤하는 것도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 매도를 권고하면서 “주식이 더 좋은 투자처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금 선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부류는 금 관련 펀드 운영자들과 ‘채권왕’ 빌 그로스 정도뿐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