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성장동력이 자산… 中企, 미래가치로 대출 받는다
입력 2013-04-16 18:56 수정 2013-04-16 22:23
아이스크림, 젤라또 등을 만들어 커피전문점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 2월 25일 대출 보증을 받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찾았다. 필요한 보증액은 5억7800만원. 종전 아이스크림 사업에서 냉동 샌드위치와 브리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돈이었다.
그동안 빌린 돈이 너무 많은 탓에 보증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A사는 냉동 샌드위치와 브리또를 만들 공장을 짓는 데 30억원을 빌려 썼다. 차입금이 많은 탓에 재무구조도 불안했다. 결국 신용보증기금(신보)의 기업신용평가시스템(CCRS) 신용등급은 8등급(총 15등급)으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 6등급까지는 1년 매출의 최대 33%를 보증받을 수 있는데 8등급으로 떨어져 25%만 보증받을 수 있게 됐다. 이미 신보에서 9억1750만원을 보증받아 신규 보증은 사실상 요원했다.
하지만 신보가 새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희망이 생겼다. CCRS와 별도로 ‘미래성장동력’을 평가하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2등급(총 9등급)을 받은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기업가치 평가에 포함된 ‘지식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생산에 들어간 ‘냉동 샌드위치’ ‘브리또’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높은 기업가치 평가로 A사는 종합평가 6등급을 받아 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
반도체 설계 업체인 B사는 더욱 극적이었다. 자산이 83억원인 B사는 빚이 무려 6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CCRS 평가는 10등급으로 매우 낮았다. CCRS 등급만 보면 신보도 난색을 표할 수준이었다.
B사도 기업가치 평가 덕에 기적처럼 보증을 받았다. 우선 신보는 B사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 매년 20억원 가까이 매출이 늘어나는 점과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도 긍정적으로 봤다. 결국 B사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아 15억원을 보증받을 수 있었다.
재무제표가 좋지 않은 두 기업의 보증 비결은 ‘성장성’이다. 이처럼 미래성장동력을 보고 보증을 서는 신보의 ‘기업가치 평가 시스템’이 중소기업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재무제표상 보증이 어려운 기업도 보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보는 2010년 도입된 이 시스템에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발맞춰 올해부터는 지식자산 가치도 평가에 반영했다. 연구비, 경상연구개발비, 로열티 등 ‘기술자산’과 직원 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 ‘경영마케팅자산’까지 고려해 대출 보증을 서겠다는 것이다.
신보는 지난해 말 현재 신용등급이 높으면서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의 부실률은 3.9%에 달하지만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의 부실률은 1.3%에 불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신보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조건 자산이 많고 재무제표가 좋아야 보증을 해줬지만 이제는 성장성 등 무형자산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며 “벤처기업 등 유망한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문동성 수습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