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대화 운운은 기만의 극치”

입력 2013-04-16 18:25 수정 2013-04-17 01:22
북한은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세계 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 12일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언급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밝힌 만큼 한반도의 위기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이 몇 주 안에 좀더 도발적인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향후 대북 대응 추이가 주목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과의) 진정한 대화는 오직 우리가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 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 탁(테이블)에는 마주앉을 수 없다”며 “대화는 자주권 존중과 평등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선(先) 비핵화 조치 촉구에 대해선 “당 노선과 공화국의 법을 감히 무시하려 드는 오만무례하기 그지없는 적대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번 담화는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지 이틀 뒤에 나왔다. 현 시점에선 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앞으로 북한을 동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개성공단 위협도 계속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비망록에서 “남조선이 우리 조치에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면 사태는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 최고사령부는 우리 정부에 보내는 ‘최후 통첩장’을 통해 모든 반북 행위를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외무성 담화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미”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화를 하자고 한 것으로,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NBC방송 프로그램인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수주 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밝힌 뒤 “미국은 모든 긴급 상황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결론은 현재의 정보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추가 도발행위를 억제할 수 있으며 외교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연일 계속되는 위협에도 북한은 긴장을 최대한 고조시킨 뒤 빠져나가려는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지도부가 강력한 수사적 비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켜 왔지만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혁상 이제훈 기자 hsnam@kmib.co.kr